메시앙의 <아기예수를 위한 스무가지의 시선>을 듣는 순간 이것은 소배압을 위한 곡이라고 오롯이 생각하였으며 소배압의 신성이 박탈당하는 과정을 융서의 눈으로 그려보았습니다.. 1. 위대한 도유식의 시선 소배압은 실로 우연이 겹쳐 발생한 현상과도 같은 자였다. 한번이라도 그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그게 누구든 같은 평을 할 것이라 융서는 생각한다. 너...
<대한민국 국군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며,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상기의 내용은 성인이 된 이래 김정도의 전 생애를 규정한 군인복무규율 제4조의 일부이다. 군인이라는 직업이 가져야하는 사명은 명료한 문장 안에서 실체를 갖춘 상징물로 살아나 명확하게 정의되었으며 김정도는 자신의 길이 항상 그...
리명운이는 쇼스타코비치를 좋아했을 것이라는 저만의 설정이 있읍니다... 1. 리명운이 <숲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아직 젊었을 적의 일로, 대학생활을 마치고 소련으로 유학을 가 있을 때였다. 자신의 자리와 위치가 확고한 곳에서 정해진 길을 착실히 따라 걸어올라온 사람에게 흔히들 그런 시기가 찾아오듯이, 리명운은 자신을 배양하는 곳이 불현듯 갑...
* 본문에 등장하는 피험자에 대한 의료윤리 항목(Smith, 2000)은 대학공개강의(http://www.kocw.net/home/index.do)의 이 논문(http://contents.kocw.or.kr/document/week11.pdf)을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또한 해당 개념은 당연하게도 배니싱의 시대배경과는 맞지 않습니다...ㅠㅠㅠ ㅠ 피험자와 연...
딩마오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숨을 들이쉬는 것에는 어림잡아 오초정도가 걸렸다. 아니, 다섯시간 정도가 걸렸다. 아니, 사실은 1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일지 모른다. 그의 머리를 채운 시간은 비선형적이고 추상적이기 그지 없어서, 정확한 시간을 재려다가도 수만번이 넘게 해왔을 호흡에 걸렸던 시간이 얼마였던지를 반추하는 데서 그친다. 직업에 비해 다소 단정하...
「이제 여기 한 일반적인 탐정 소설이 있습니다. 개싸움으로 시작해 라벤더로 감싸진 일가로 끝나는 이야깁니다. ("Now here is a regular detective story. It begins with a dogfight and winds up with the whole family laid out in lavender." [that is, dead...
<사형. 소제 딩가의 마오입니다.> 로 시작하는 서신은 곡우가 지나 궈더요우에게 당도했다. 딩마오가 그의 거처를 떠난 때는 청명으로부터 이삼일이 넘은 때였다. *** <아마 사형께서 이 서신을 보실 즈음이면 저는 보다 명쾌해진 채로 돌아가는 배 위에 있겠지요. 아니면. 부디 천지신명께서 한번쯤은 저를 굽어보신다면, 그 술병을 깨버리고 사형의...
강호에는 기인이 많다. 남쪽의 습하고 더운 광저우 끄트머리의 하구에는 후일 남쪽의 물귀신이라는 뜻에서 남천(南川)이라고 불리는 궈더요우가 살았다. 강호에 이름을 떨친 것 치고 검술이나 권법이 특출한것은 아니었으나 물과 관련한 능력이 실로 비범하여 하신(河神)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 궈더요우는 시체를 인양하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았다. 주강(珠江)...
사형. 아침 먹어. 딩마오는 갓 튀겨 아직 김이 피어오르는 꽈배기와 콩국을 테이블 위에 차려놓으며 소파에 몸을 구긴 채 꿈쩍도 않는 궈더요우를 불렀다. 사형. 아침. 조금 커진 목소리에 궈더요우는 큰 눈을 꿈뻑이며 미간을 짜증스레 구긴다. 안 먹어. 돌아오는 대꾸에 딩마오는 픽하고 웃는다. "언제는 아침 안사온다고 뭐라고 하더니 웬 변덕이야. 빨리 일어나서...
1. 매장소는 곰팡내가 찌든 벽지를 한손으로 쓸어내리며 푹 꺼진 낡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삐그덕 거리며 수명을 다한 스프링이 곡소리를 낸다. 이 낡은 소파는 초라한 집을 얻은 날에 린신이 어딘가에서 구해온 것이다. 온통 거죽이 찢어져 그 사이로 허연 솜이 올라오는 것을 매장소는 퍽이나 편케 생각했다. 방 값만 해도 만만치가 않더라. 낮은 목소리로 툭하니 내...
책 내려고 했었는데 안 낼 것 같아서 그냥 쓴 데 까지 올려요(ㅋㅋ ㅋ ㅋ ㅋㅋㅋ... 나는 헤드셋을 통해 흘러나오는 체인몽커스의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렸다. I I I can't stop. 요즘 어디서나 흘러나오는 이 곡은 지난 2주동안 헤드셋 속에서 물처럼 계속 고여있었다. So, baby, pull me closer. In the back seat of...
* 왕윤과 조조에 대한 스포가 만연합니다. 20화 이전을 보고 계시는 분들께서는 주의해주세요! 조조에게는 사건에 가까운 순간들이 몇 번 임박해 온 일이 있었다. 초선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집을 정리하다 나온 것을 보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사람들의 내밀한 꿈들이 허공에 전시되어 깨져나가는 것을 목격한 그런 순간, 순간들에. 그 순간들은 사건이 되어...
쩜오 위주의 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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